대림성모병원 정신과 박신영
치매의 증상은 크게 인지 증상과 정신행동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인지적 증상
○ 기억력장애
■ 초기에는 새로운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진행할수록 오래된 것도 망각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고 있는 치매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옛날 일을 잘 기억하고 있으면 기억력이 괜찮은 것이므로 치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래된 일은 치매 중기에 이르러서야 손상되기 시작하므로 옛날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최근 일에 대한 기억이 현저히 저하되었다면 얼마든지 치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남력장애
■ 시간, 장소, 사람에 관한 파악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시간에 대한 장애가 먼저 나타나 날짜 관념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점차 진행되면 계절이나 밤낮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장소에 대한 파악력이 흐려지게 되면 늘 다니던 길도 헷갈리게 되어 길을 잃는 일이 생기며, 나중에는 집안에서도 방이나 화장실을 구분해서 찾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야 사람에 대한 지남력이 손상되는데, 심하지 않을 때는 가끔씩 만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말기에 이르게 되면 자신의 자녀나 배우자와 같이 매우 가까운 사람도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 언어장애
■ 말을 표현하는 능력이나 이해하는 능력이 점차 감퇴되는 것으로 초기에는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말문이 막히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다가 점차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횡설수설하기도 하며 말기에 이르면 아예 표현력을 상실하여 함구증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 기타 고등인지기능
■ 치매에 걸리면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실행능력, 공간구성력 및 지각력, 계산력 등 다양한 고등인지기능들이 손상되는데, 치매의 종류나 심각도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 정신행동 증상
치매환자 자신이나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의 시설입소에 이르게 하는 것은 기억력 감퇴와 같은 인지기능장애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비인지적 문제행동 증상들입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초기보다는 중기 이후에 빈번하게 나타나다가 와상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기력이 저하되는 단계에 이르면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 중 상당수는 정신과적 약물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습니다.
○ 망상
■ 망상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자신의 물건을 누군가 훔쳐갔다는 내용의 도둑망상입니다. 그 밖에도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하거나, 버리려 한다는 내용의 피해망상, 간병인이 사기꾼이라는 내용의 망상, 배우자가 부정한 짓을 했다고 믿는 부정망상 등 다양한 형태의 망상이 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망상으로 인해 난폭행동이나 우울, 불안, 초조행동이 유발되기도 합니다.
○ 환각
■ 환각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치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치매에서 가장 흔한 환각은 환시이고, 환청도 비교적 자주 나타납니다. 그 밖에 드물긴 하지만 촉각이나 후각, 미각 등에 대해서도 환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환각 증세도 망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난폭행동이나 초조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오인
■ 환각과는 달리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실제와는 다르게 인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장 전형적인 예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 마치 다른 사람을 대하듯이 행동하거나, 텔레비젼에 나온 인물의 영상을 보고서 마치 자신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방에 놓여있는 베개를 자신의 아기인 것처럼 다루는 행동과 같이 물건에 대한 오인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우울증
■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일반 노인에게 나타나는 것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잠깐 동안 나타나는 경미한 우울감에서부터 극단적인 허무감, 비관적 사고, 죽음에 대한 집착, 의욕이나 즐거움의 상실, 식욕의 상실 및 체중감소, 초조감, 죄책감, 울음 등을 보이는 주요 우울증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환자 자신의 심적 고통과 함께 치료나 재활에 대한 거부적 태도, 식사거부 등의 문제로 이어져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초기 치매환자의 경우 자신의 지적능력이 점차 저하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면서 심리적인 반응으로 우울감을 겪게 되기도 하지만, 치매 자체로 인한 뇌손상이나 동반되는 신체질환 등 기질적 요인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 불안증세
■ 망상과 관련된 걱정, 주변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데 따른 막연한 불안,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반응, 공황발작, 긴장되어 보이는 얼굴표정이나 몸가짐 등 다양한 양상으로 불안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초조행동
■ 초조행동이란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언어(또는 음성) 및 신체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넓은 의미에서의 초조행동에는 공격적 행동이 포함되나, 공격적 행동을 따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어적 또는 물리적인 공격행동 이외에 초조행동에 속하는 것들로는 명백한 이유 없이 방황하면서 돌아다니는 ‘배회행동’과 무의미해 보이는 부적절한 동작의 반복, 안절부절못하면서 왔다갔다 행동, 동일한 문장이나 질문, 불평 등을 되풀이하는 것 등의 ‘반복행동’이 있습니다. 초조행동들은 여러 가지 선행요인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유발요인이 앞서 언급한 망상, 환청 등 정신병적 증상이며, 그 외에도 신체적 통증, 급성 신체질환, 미숙한 간병 등이 흔히 선행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요인이 간병인의 심한 피로상태입니다. 피로상태는 우울증, 졸림, 불안, 화남, 인내력의 상실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간병인의 상태가 바로 환자의 초조 및 공격행동의 발생이나 악화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 성격변화
■ 치매 환자가 성격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활동이 이전에 비해 위축되고, 소극적 수동적인 자세를 나타내며, 원래 즐겨하던 취미활동이나 집안 대소사에 대해 무관심, 무감동해지는 등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 밖에 병에 걸리기 전 과는 달리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거나, 이기적인 성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성격변화는 다른 치매 증상들이 분명해지기 이전부터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전두엽성 치매와 같은 경우에는 기억력 감퇴가 두드러지기 훨씬 이전에 심한 성격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노인에게 서 이러한 성격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 치매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수면의 변화
■ 정상 노인에게도 노화과정의 일부로서 총수면 시간의 감소나 수면 중에 깨는 횟수의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나 치매 환자에서의 수면 변화는 이보다 훨씬 더 극심한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와 관련된 수면장애로는 심한 불면증 및 이에 동반되어 나타나는 초조행동, 수면주기의 변화, 착란상태 등이 있으며, 이러한 수면장애는 간병인을 지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의 한가지입니다.
○ 식욕의 변화
■ 많은 환자들이 치매의 진행과 함께 식욕이나 음식 기호도의 변화를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영양상태나 체중의 심각한 변화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 성욕의 변화
■ 드물긴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 언어적 혹은 신체적인 성적표현을 노골적으로 하거나, 다른 사람이 있는 데서 자위행위를 하는 등 과항진된 성적행동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